1997년작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주제로 한 영화로, 많은 사람들이 극찬한 영화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모노노케 히메>는 매우 단순한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시타카'라는 소년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재앙신(타타리가미)을 물리치지만 저주를 받는다. 저주로 죽을 운명에 순종하든지, 최선을 다해 맞서든지 해야하는 상황이다. 최선을 다해 맞서기 위해 저주의 원인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겪는 이야기다. 당연히 결국 착한 마음으로 저주를 풀고 회복된다는 내용이니, 어린이 만화영화에 맞는 내용이다.
'아시타카'의 마을을 습격한 재앙신(타타리가미)의 모습이다. 멧돼지 신이 인간의 총(?)에 맞아 괴로워하다가 변한 모습니다. 이 재앙신을 저지하다가 '아시타카'는 오른 팔에 저주를 받는다.
그런데 구체적인 스토리는 꽤 의시시하고 어두운 면이 많다. '아시타카'의 저주 받은 오른 팔은 괴력을 발휘한다. 화살로 상대를 쏘면 팔이 통체로 잘리고, 머리가 날아간다. 성인물에나 나오는, 잔인한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어린이도 볼 수 있는 전연령 관람가다) 또 숲의 모습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환하게 비추는 밝은 모습보다는 울창한 나무 아래 어두운 모습이 더 많다. 나무 정령의 모습도 조금은 괴기스럽고, 인간과 자연의 싸움 모습도 유혈이 낭자한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쪽으로 떠난 '아시타카'가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활을 쏘는 장면이다. 저주 받은 오른 팔이 위의 그림처럼 작용해서 엄청난 괴력이 발휘된다. 화살은 공격하는 군인의 팔을 날려버리고, 머리를 잘라버린다. 흡사 성인 애니메인션 <무사 쥬베이>의 모습 같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른 영화에서처럼 <모노노케 히메>에는 각각의 입장을 상징하는 인물들이 있다. 인간과 자연의 대립 상황에서 우선 자연과 인간의 공존 입장을 상징하는 것이 '아시타카'다. 또 자연을 상징하는 인물이 <모노노케 히메>라고 불리는 '산'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풍요로운 삶과 행복을 강조하는 인물은 철을 만드는 마을의 지도자 '에보시'다. 이 세 사람은 모두 자기 입장에 대한 정당성이 넘치게 있다. 이 인물들의 호감과 증오로 <모노노케 히메>의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철을 만드는 마을 타타라바의 모습이다. 깊은 숲 속에 있는 마을이다. 남녀가 평등하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을이다. 사람들은 이 마을에서 만든 철을 팔고, 생필품을 사오기 위해 숲을 통과해야 한다. 숲에서 집채만한 동물 신들의 공격을 받고, 생산한 철에 50% 세금을 걷으려는 영주의 군인들에게 공격을 받는 어려운 처지의 마을이다.
또 자연의 구성요소라고 할 수 있는 멧돼지 신, 늑대 신, 성성이, 나무의 정령 등이 있다. 성성이는 파괴된 숲에 나무를 심는 존재로 인간처럼 강해지고 싶어한다. 멧돼지 신은 인간을 쓰러뜨리기 위해 돌진하는 존재이면서도 상처를 입으면 재앙신으로 변하는 약한 의지(?)의 존제다. 늑대 신도 인간에 대한 적대감은 크지만 나름 지혜로운 존재이고, 나무의 정령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인간과 언제든지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 인간을 이길 수 없는 존재들이다.
타타라바의 지도자 '에보시'의 모습니다. '에보시'는 팔려 나온 여자들과 나병 환자, 다소 무능한 남자들로 철을 만드는 마을을 만든다. 자연의 신들, 주변의 영주들에게는 냉정해 보이지만, 병자들을 위로하는 약자들에게 따뜻한 지도자다. '에보시'의 영향으로 타타라바 주민들은 모두 밝고 인정 많고 주체성이 강하다.
마지막으로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인 사슴신 '시시가미'가 있다. '시시가미'는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말 없는' 존재다. '말 없는' 존재이므로 무정한 존재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자연에 대한 무라카미 하야오의 시각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자나 장자에 수없이 보이는 무정한 존재로서의 자연을 만나 반갑기도 했고, 인문주의자나 환경론자들이 상정하고 있는 극단적 자연관과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노노케 히메'(도깨비 공주?)라고 불리는 '산'과 이 영화의 주인공 '이시타카'의 모습니다. 나이 좀 있는 사람은 <미래 소년 코난>이라는 TV 시리즈를 거의 모두 봤다. 그곳에서 '코난'이 나오고 '나나'가 나온다. 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산'은 자연을 옹호하는 입장이다. 어린 시절 사람들에 의해 늑대 신 '모로'에게 바쳐진 공물이었다. 그 후 '모로'를 어머니로 여기고 성장했으니, 인간이 아닌 자연의 편에 서는 것이 당연한 인물이다. 늑대 신(그냥 덩치가 집채만한 늑대?)은 그 산의 신, 자연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슴 신 '시시가미'를 수호하는 존재이므로, 숲을 파괴하는 인간들을 적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아시타카'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바라는 인물이다. 원래 살던 마을이 기존의 문명을 피해 숲 속으로 도주한 종족이 살던 곳이었다. 그 마을은 당연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넘치고, 자연과도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다. 그러니 그의 이런 태도는 당연하다.
다시 생각해보면 <모노노케 히메>는 (밝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으로 가득 찬 영화이고, 생각해볼 문제들이 꽤나 있는 영화다.
'산'과 '아시타카'는 이렇게 둘의 손을 모아 '시시가미('사슴신)의 머리를 돌려준다. 신은 죽는 듯 쓰러져 자연의 생명력 그 자체로 화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전형적으로 마지막 '절정'(크라이막스)이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서 세계가 완전히 끝날 것 같은 위기와 그 위기에서의 주인공의 각성과 승리다. 이 영화에서도 그러한 전형적인 구성을 따른다. 전형적이라서 진부할 것 같은데, 영화를 보는 과정에서는 진땀 흘리며 신경을 모두 쏟아서 보는 부분이기도 하다.
극단적인 생태주의자라고 할 수 있는 모노노케 히메 '산'과 지속 가능 개발론자라고 할 수 있는 '아시타카'. 둘의 손으로 직접 되돌려준 시시가미의 머리. 휴머니스트라고 할 수 있는 '에보시'가 뜬금 없이(?) 자연을 고려하게 되면서 이 영화는 막을 내린다.<모노노케 히메>의 결론은 자연과 인간의 화해라기 보다는 갈등의 일시적 봉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볼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 없다. <모노노케 히메>.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땐 <원령공주>라는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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