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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경삼림> 이야기

영화 리뷰

by 영화이야기 2022. 8. 1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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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포스터

<중경삼림>은 1994년 작품이다. 왜 제목이 중경삼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영어 제목은 '중경 익스프레스'인데 아직도 그 의미를 잘 모른다. 다만 당시 내용과 편집, 이미지는 매우 인상적었다. 

 

첫번째 이야기의 남자 경찰 223 '하지무'(금성무)의 모습이다. 만우절에 떠나간 연인에게 다시 연락이 올 거라고 믿고 견딘 1달. 5월 1일은 자신의 생일이었고, 그 동안 모아 놓은 유통기한 5월1일 파인애플 통조림을 모두 먹어버린 날이다. 유통기한 있는 통조림을 보며 자신에 대한 그녀 사랑의 유통기한을 직감한다. 그리곤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본 결심, 즉 이곳에 처음 나타나는 여인을 사랑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중경삼림>의 내용은 서로 관련 없는 두 커플의 남녀 이야기다. 긴박한 장면에서 영상은 매우 혼란스럽게 그렇지만 어색하지 않게 흔들린다. 두 쌍의 남녀는 각각의 사연이 있다. 하지만 남자 둘에게는 과거의 사랑을 보내고 새 사랑을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찰 넘버 223인 '하지무'(금성무)는 만우절에 버림받은 남자이고 그의 상대는 마약 밀매에서 사기 당해 방금 복수를 끝낸 금발머리의 여자(임청하)였다. 이 여자와 남자가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의 생활이 그려지고, 그 가운데 다음 이야기의 남자와 여자가 그들 생활에서 스쳐지나가는 모습으로 문득 문득 나타난다. 하지무의 생일인 5월 1일 이들은 술집에서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마약 밀매상 여인(임청하)과 하지무가 만난 5월 1일 술집. 여인은 마약 운송을 하다 함께 일한 일당에게 배신을 당한다. 총으로 배신에 대한 복수를 끝내고 들어온 술집이다. 둘은 별 일 없이 하루밤을 함께 보내고,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다. 배우 임청하는 역시 미인이면서도 중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  

 

<중경삼림>에서 다른 한 쌍의 남녀는 경찰 넘버 663(양조위)과 '화예'(왕페이)다. (앞의 남녀 중 남자에게는 이름이 있는 반면 여자에겐 이름이 없다. 지금의 남녀는 여자 이름은 있고 남자 이름이 없다. 이것도 나름 균형 있는 배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 사람을 만나보겠다고 떠난 스튜어디스 연인을 보내고 정신이 나간 경찰 663, 그 여인이 경찰 663에게 남긴 편지와  집 열쇠를 가지고 있는 식당 알바 '화예'. 화예는 그 집 열쇠로 몰래 들어가, 경찰 663의 집 소품들을 바꾼다. 그래도 눈치 재지 못하는 경찰 663은 실연의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물의 심리 상태 그 자체였다. '화예'가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떠난 후에서야 경찰 663은 자신의 집안 살림 살이, 소품들이 꽤나 달라졌다는 점을 느끼기 시작한다. 또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옛 연인을 보고도 잔잔하게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이 점도 간단한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두번째 이야기의 남녀, 경찰 663(양조위)과 '화예'(왕페이)의 모습이다.사촌오빠 식당에서  'california dreaming'을 크게 틀어놓고 알바하는 화예는 경찰 663에 관심을 갖는다. 저녁마다 여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사가는 모습, 그리고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슬퍼하는 모습, 여자 친구의 마지막 편지를 다음에 보겠다고 하며 받지 못하는 경찰 663의 모습을 화예는 모두 본다. 그리고 여자 친구 편지 안에 있던 열쇠로 매일 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간다. 스스로 '몽유병'이라고 일컫던 이 일이 경찰 663에게 발각됐을 때, 경찰 663이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그녀는 1년이라는 유예 기간을 두고 떠난다. 이 유예 기간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너무 밋밋했을 것 같다. 

 

<중경삼림>에서 전체적으로 마마앤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이라는 올드 뮤직이 강하게 남는다. 스토리는 너무 단순하다. 앞의 한쌍은 에피타이저 정도의 역할을 하고 메인 스토리는 뒤 한쌍의 이야기다. 그리고 나름 우울한 독백과 분위기를 깨고 해피 엔딩이다. 어찌 보면 유치한 내용이지만, 사랑에 빠지고 헤어짐을 겪은 사람이라면 비슷한 감정상태와 일상을 공감할 수 있다. 지나간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지워진다는 이미지와 상징도 나름 이해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는 20세기 90년대 유행하던 젊은이들의 쿨함과 그 안에 있는 고통도 느낄 수 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두번째 이야기 여주인공이 지나간다. 이런 모습으로 두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첫번째 이야기에서 의미 없는 행인의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나름 영화 구성의 작은 재미, 묘미가 있다. 

 

<중경삼림>을 만든 왕가위 감독은 90년대 영화를 좋아하던 친구들이 상당히 애착하던 감독이었다. 그의 스타일이 군더더기 없이 드러나는 깔끔한 영화였다. 그럼에도 모든 올드 무비가 그렇듯, 당시에는 생각할 꺼리가 많은 이야기였던 것이, 지금 보면 너무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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