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1995년작이다. 원작 만화 작가는 시로 마사무네다. 매우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으로 국내에서도 꽤나 회자되던 작품이다. 2017년에는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으로 나오는 실사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
<공각기동대>의 주요 내용은 인간의 몸이 편의대로 만들어지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원래 뇌와 나노 컴퓨터가 뒤섞여 있는 '전뇌'가 있고 나머지 몸은 기계로 만들어질 수 있는 시대다. 일본 정보기관 중 주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조직인 '공안 9과'에서 작전 팀의 리더인 '쿠사나기' 소령은 전뇌와 기계 몸을 가진 사이보그이자 인간 여성이었다.
'쿠사나기' 소령의 모습이다. 몸에 딱 붙는 살색 의상인 '광학미채'(투명복)를 입고 투명해지는 모습니다. 광학미채의 활용을 위해서는 겉옷을 벗어야 하니, '쿠사나기' 소령은 결정적인 활동을 할 땐 언제나 나체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미 없이 야하다고 생각했었다. '쿠사나기' 소령은 광학미채를 입고 작전에 항상 성공하는 리더였다. 그리고 혼자일 땐, 바다 속 깊이 들어가 자신의 '전뇌'와 '의체'(기계 몸)를 의식하면서 지금의 자기가 진짜 자기인지에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시대 네트워크 해킹 프로그램(혹은 바이러스)이 네트워크 상의 온갖 정보를 접하면서 자의식이 생기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프로그램의 별명은 '인형사'였다. 인형사는 인공 몸에 자리 잡고, 사고를 가장하여 쿠사나기를 찾아 공안 9과로 간다. 자신을 생명체로서 규정하고, 망명을 신청하기도 한다. (한때 인터넷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격렬한 논쟁도 있었다.)결국 생명으로서 쿠사나기와 합체하여 자손을 남기고자 한다. 자신 그대로의 복제가 아니라 반쪽은 자신을 닮은, 반쪽은 쿠사나기를 닮은 자손이니, 이성 생식을 하는 일반 생명과 같은 자손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인형사'가 내재한 인공 인체다. 독립된 인격체임을 주장하는 네트워크 상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기관은 이 존재를 인공 인체에 몰아 가두게 된다. 그리고 이것을 회수(혹은 파괴)하려고 한다.
<공각기동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둡다. 지저분한 거리의 모습이 주로 등장하고, 비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화면만 어두운 것이 아니다. 음악도 어둡다. 어두운 음악 'making of cybong. 'inner universe' 등이 강렬하게 깔려있는 낡은 도시의 모습. 그것을 멍하게 바라보는, 또한 깊은 물 속에서 멍하게 흘러가는 '쿠사나기' 소령의 모습은 이 영화에서 사색의 시간으로 갑자기 등장하고 조용히 사라진다. 보는 사람도 넓고 광활하게 펼쳐진 배경 화면과 격하게 우울한 음악을 들으면 멍하게 실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형사를 되찾기 위해 장갑차와 싸우던 '쿠사나기'는 이처럼 몸이 부서져 무기력해진다. 동료 '바트'에 의해 극적으로 구출된다. 역시 광학미채를 통해 자신을 숨기기 위해 나체의 모습이다. 그런데 기계에게도 광학미체가 통하는지 잠깐 의아했다.
<공각기동대>는 우리가 가금 생각하는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담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나가 정말 나일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정말 나일까. 어린 시절 나와 지금의 나는 동일한 나일까. 나의 몸이 나일까. 나의 기억이 나일까. 몸이 나라면 몸을 구성하는 세포가 예전과 지금이 완전히 다른데, 이것을 동일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정신이 나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 덩어리가 나라는 말이 된다. 지금 나는 그 기억을 바탕으로 감각하고 생각하고 감정을 갖게 되니 나는 기억이 된다. 그런데 몸이 없으면 기억이 가능할까. 만약 기억이 전기 자극으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면 나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바트'의 도움으로 '인형사' 속으로 들어간 '쿠사나기' 소령의 모습. 여기에서 쿠사나기는 인형사의 정체를 알고, 그의 의도를 파악하게 된다. 네트워크에서 무한한 정보를 접하면서, 스스로 자의식이 생겼다는 프로그램이 인형사였다. 자기와 닮은 쿠사나기를 찾아서 '공안 9과'로 갔고, 쿠사나기와 함께 자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인형사의 의도였다.
<공각기동대>는 이런 의문들에 대해 무겁게 질문한다. '쿠사나기'도 '인형사'도 모두 이 의문 안에 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공각기동대>는 '인간이 자의식'을 가진 존재라는 전제가 있다. 그 전제 하에 기계(혹은 프로그램)가 자의식을 가질 경우 그 존재를 인간과 동일한 지위에 놓고 존중해야 할지에 대한 의문도 던진다. 특히 4차 산업 혁명과 더불어 A.I.가 관심 받고 있는 시기이니, 나름 지금도 우리가 애매하게나마 던져볼 수 있는 물음이기도 하다.
인형사와 통합하여 새로운 인격으로 다시 탄생한 '쿠사나기' 소령. 인형사를 파괴하려는 기관의 공격으로 머리만 남게된 쿠사나기를 바트가 극적으로 구조하고, 암시장에서 급하게 구한 '의체'(기계 몸)가 어린이의 몸이었다. 이런 쿠사나기는 인형사와 쿠사나기의 결합으로 만들어지 그들의 자손이었다. 따라서 그녀의 아이덴터티는 쿠사나기도 인형사도 아니게 된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은 원래 밝고 명랑한 만화를 이처럼 무겁고 어두운 영화로 만들었다.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로 영화를 끌고 간다. 촘촘한 스토리와 디테일한 사건으로 극을 치밀하게 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공각기동대>에 대해 혹평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만큼 던지는 질문이 생각해볼 만한 것이었고, 의미있는 것이기도 했다. <공각기동대>에서 다만 아쉬운 것은 그 질문이 '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인형사'의 말과 '쿠사나기'의 말로 지루하게 던져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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