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가위 감독의 2000년 작이다. 당시 한국인들이 매우 좋아했던 배우 양조위와 장만옥이 주연을 맡은 영화다.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들도 '화양연화'라는 말은 기억할 정도로 인상 깊은 영화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에서 2000년에 개봉했고, 이후에도 2013년, 2020년, 2022년에 재개봉했다.
전체 내용은 옆집 사는 유부녀와 유부남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그리워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주인공들이 자주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가 있다. 그의 부인과 그녀의 남편이 먼저 외도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용으로 보면 그저 그런 '외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남편과 부인의 외도를 말하는 주모운과 소려진의 어색한 모습니다. 소려진의 가방을 아내도 가지고 있다는 주모운, 주모운의 넥타이를 남편도 하고 있다는 소려진의 대화다. '당신도 알고 있었군요.' 그들은 모두 자기 남편과 자기 아내의 외도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화양연화>의 구성이 매우 특이하다. 우선 화면상 공간이 매우 좁다. 여기에서 좁다는 의미는 대부분의 화면이 세로로 분할되어 있다는 것이다. 좁은 복도는 벽으로 분할되어 있고, 좁은 길은 건물로 분할되어 있고, 좁은 호텔 복도는 커튼으로 분할되어 있다. 그들이 걷는 거리도 난간 건너편에서 촬영해 난간으로 분할되어 있다. 이 분할은 개개인에게 있는 '벽' 이기도 하고, 서로 몸을 부대지 않으면 지나칠 수 없는 '관계'의 공간이기도 하다.
<화양연화>의 편집도 독특하다. 몇 마디 대화가 있는 장면이 있고, 이어서 대화 없이 음악이 흐른다. 음악과 나오는 이런저런 장면들로 시간이 흐르고 사건이 전개된다. 그 후에 다시 몇 마디 대화가 있고, 다시 음악이 흐른다. 이후엔 다시 몇 마디 대사. 이렇게 극이 흘러간다. 음악은 매우 감상적이다. 'Yumeji', 'Aquellos Ojos Verdes', 'Te Qiero Dijiste', 'Quizas, Quizas, Quizas'. 감독이 냇킹콜의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모양이다. 특히 후반부에 자주 등장하는 'Quizas, Quizas, Quizas'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곡이다. 한국말로는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라는 의미이니, <화양연화>에서 왕가위 감독의 메시지는 '여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떠나겠다는 주모운의 말을 듣고 탄 택시에서,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소려진은 주모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리고 외면하던 주모운의 손을 잡는다. 이 모습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의 포스터와 겹쳐진다. '헤어질 결심'의 포스터는 <화양연화> 택시 장면의 '오마주'다. 그 만큼 이들의 관계는 현실과 마음 사이에서 애틋하다.
<화양연화>의 여주인공 '소려진'(장만옥)의 스타일도 눈이 간다. 우선 의상이 매우 화려하다. '치파오'만 입는데 매 장면마다 다른 옷이다. 그리고 유난히 목이 높게 올라오는 치파오다. 목이 짧은 여인이라면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옷들이다. 또한 헤어스타일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육영수 여사의 머리 형태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화려하고 우아하다. 정장에 기름 발라 넘긴 헤어스타일의 남주인공 '주모운'(양조위)과 치파오에 머리를 휘어감아 올린 여주인공. '소려진', 이들의 모습은 결코 자신들의 불륜을 떳떳하게 인정할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라는 대사를 자주 읊는다.
주모진은 앙코르와트 사원의 한 기둥에 구멍이 뚫려 있는 곳에 입을 대고 무언가를 말한다. 그리곤 흙으로 그 구멍을 막아둔다. 이전에 주모진은 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은 나무에 구멍을 내고 그 속에 말한 뒤, 그곳에 흙을 채워넣는다'는 옛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화양연화>의 마지막 장면인데, 크게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없지는 않았지만, 무척 어색한 장면이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주인공들의 부인과 남편의 외도가 있었던 시기, 어찌 보면 가장 불행한 시기일 수 있는 날들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계기로 주인공들이 서로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화양연화'이리라. 이리 보면 주인공들의 남편과 부인도 이 시기가 '화양연화'의 시기가 아니었을까. <화양연화>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참 여러 각도로 볼 수 있게 하기도 한다. 왜 사람들은 새로운 사랑을 거부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살고 있을까. 잠깐의 감상에 빠지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남주인공이 친구에게 한 말을 살리기 위해 행해지는 행위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의 이모저모를 보여주는 장면)이 다소 의아하지만, <화양연화>는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편집을 볼 수 있는, 그런 화려한 영화임에 틀림 없다.
영화 <돈룩업> 이야기 (0) | 2022.11.08 |
---|---|
영화 <2046> 이야기 (0) | 2022.09.29 |
영화 <이웃집 토토로> 이야기 (0) | 2022.09.05 |
영화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 이야기 (0) | 2022.08.29 |
영화 <공각기동대> 이야기 (0) | 2022.08.19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