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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돈룩업> 이야기

영화 리뷰

by 영화이야기 2022. 11.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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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룩업(Don't Look Up) 포스터

 

애덤 맥케이 감독의 2021년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등 상당히 유명한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다. 감독이 유명한 코미디 작가 출신이라 그런지 미국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영화이기도 하다. 본 사람마다 모두 재미있다고 한다. 나도 재미있었다. 

 

극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박사 수료생인 주인공 케이트(제니퍼 로렌스)는 지구와 충돌하게 될 혜성을 발견하고, 지도교수 민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대통령 제이니(메릴 스트립)을 만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미국이 궤도 변경할 우주선과 로켓을 발사하는 부분이다. 둘째 혜성에 값비싼 광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핸드폰 통신 사업자(대통령 최대 지원자) 피터(마크 라이런스)가 대통령을 말리고, 혜성을 조각내서 지구로 떨어지게 하겠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지구를 버리고 도주한 피터와 제이니를 포함한 유명인들이 한참 후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행성에 도착하고 잠깐 벌어지는 쿠키 영상이다.

 

'데일리 립'이란 토크 쇼에 나간 민디 박사와 케이트. 백악관에 가서 사실을 알렸지만, 중간 선거 등의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전달받지 못한 민디와 케이트는 유명 토크 쇼에 출현해서 사실의 심각성을 알린다. 웃고 즐기는 분위기에 케이트는 고함을 치고 욕하며 나가 버리고, 민디 박사는 나중에 금발 진행자와 바람을 피운다. 

 

이처럼 전체 스토리는 그냥 그런 영화다. 그런데, 세부 내용에서 우리를 울리는 부문이 많다. 중간중간 성의 없이 지나가는 장면들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그 장면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1. 중간중간에 쓰레기 수거하는 모습, 붐비는 거리의 사람들, 자연에서 생명체들의 활동들이 나온다. 지구 멸망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을 때, 이러한 일상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그렇다. 철학자 누군가가 그런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죽음을 미리 경험했을 때, 일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2. (영화 전반부에) 지구 멸망의 가능성(물론 생명체들의 죽음이니, 엄밀하게 지구 멸망은 아니다)에 대해 대통령도 매체도 반응이 없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렌달 민디 교수는 팔로워 25만명이 된 자기 SNS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 멸망의 순간에도 일상은 이렇게 자기시스템으로 돌아간다.

 

3. 정치권의 위선적인 모습과 첨단기기 제조 자본가의 멍청함, 이에 환호하는 대중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해학이다. 나도 그랬을 법한 대중들의 반응에는 웃음이 나오지만, 문득문득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대통령(금발 여성), 대통령 아들이자 비서실장(가장 왼쪽), 첨단 산업 자본가 (중간  밝은 표정 백발)의 모습이다. 이들은 시종 멍청하면서 탐욕스럽다. 

 

4. 토크쇼 프로그램의 진행자 여성 브리와 교수 남성 렌달 민디의 외도. 둘의 대화에서 화려한 여성의 전력과 소박 그 자체인 교수의 전력은 대비된다. 아주 많이 대비되어 이 외도가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교수의 아내는 교수를 버리지만, 지구 멸망 직전에 교수를 다시 받아준다. 그녀도 교수와 연애하던 대학교 때 다른 남자랑 잔 적이 있다고 고백하며... 소박한 사람들의 사랑과 서로에 대한 구원이다.

 

5. 혜성의 궤도를 바꾸고자 유인우주선 하나와 무인 우주선들이 함께 발사된다. 웅장한 모습이 장관이다. 실제 작업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희생자인 유인우주선 조종사 드레이크(론 펄먼) 대령이 있다. 발사 취소됐으니, 살겠지 했는데, 막판에 지구로 떨어지는 혜성에 총질을 한다. 그러다 죽었겠지.

 

6. 여주인공 케이트는 처음 백악관 갔을 때, 3성 장군이 공짜 과자와 물을 돈 받고 전해준 일을 잊지 않고, 두고두고 괘씸해 한다. 세세한 일상이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지구 멸망 직전에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준비하는 장면. 케이트, 민디, 율의 모습이다. 율은 사회 생활을 포기한 히피인데, 케이트와 사귀게 된다. 아무런 능력도 없이 케이트를 따라다니던 율은 최후의 만찬(민디 박사 가족의 마지막 저녁 식사)에서 멋지게 기도를 한다. 아무 쓸모 없는 사람, 최후에 경건함을 전하는 사람, 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7. 혜성이 다가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올려다보라(look up)' 운동이 일어나자, 정부측 주도로 '올려다보지 말라(don’t look up)'는 운동이 함께 벌어진다. 유엔에서도 궤도 변경 계획을 자체적으로 고려 중이라는 어설픈 인터뷰도 나오고, 위아래 방향을 동시에 표시한 벳지를 달고 나온 배우가 다투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올려다보자는 운동 캠페인에는 그것을 옹호하는 가수가 화려하게 나와서 멋지게 노래 부른다. 내용은 거칠지만 적나라한 현실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

8. 러시아, 중국, 인도에서 추진한 궤도 변경 로켓 발사도 실패했다. 끝났다. 극이 너무 미국 중심이어서 나름 개연성을 얻기 위한 극의 전개다. 이 내용이 없었으면 이상한 스토리 전개가 되었을 것이다. 

 

9. 대통령 제이니 올린이 자본가 피터 이셔웰에게 묻는다. 주인공 민디 박사에게 혼자 외롭게 죽는다고 예언했는데, 나는 어떻게 죽느냐고. 피터는 자신의 탭을 두드려보더니 브론테록에게 잡혀 먹힌다고 대답한다. 배시는 핸드폰 사용내역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사람의 성향도 알고, 미래 죽음도 안다는 거다. 그런데 그의 예언은 대통령에게는 맞는 말이었고, 주인공 박사에게는 맞지 않는 말이었다.

 

재미있는 인물  드레이크 대령이 유인 우주선을 타러 가는 장면이다. 백악관에 놀러온 아이들에게 기압을 주는 모자란 사람이다. 어찌 보면, 미국 첩보 영화에서 액션 배우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상식에는 어긋나지만 국가에 대한 충성심과 자기 희생 정신은 넘치게 있는 사람이다. 

 

10. 22740년 후, 지구보다 좋은 경치를 가진 행성에 착륙해서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예측되는 일을 당하면서(쿠키영상) 극이 끝난다.

 

11. 마지막 지구에 혜성이 부딪쳤을 때, 많은 것들이 우주로 날아가는데, 그중에는 핸드폰도 있고, 노트북도 있고, 월스트리트의 상징 황소도 있다. 전체적으로 종말과 일상이 대비되는 영화다. 지금의 우리 모습이 얼마나 우스운지를 보여주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전체적으로 장난스럽고 진지하지 않은 스토리 전개다. 이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는 악평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해학과 풍가가 그러하듯이 미국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보면 명작이 아닐 수 없다. 영화 제목이 "Don't Look Up"이니 "올려다 보지 말라"는 의미가 된다. 올려다 보면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겹쳐서 나타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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